‘국민의 집’ 복지국가 스웨덴을 가다
“최대한 배워오자” 사전준비에 온 힘
가장 성공한 복지국가를 손꼽으라면 당연 1위는 스웨덴일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 스웨덴 복지모델을 공부하기 위해 우리 일행은 지난 5개월 동안 시민단체와 함께 연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만만치 않은 비용 역시 준비물로 마련했다.
우리는 먼저 역사 및 정책, 아동, 장애인, 노인, 여성 등 분야별로 각자 역할을 나누어 자료를 수집하고 맡은 분야에 관해 공부하고 토론했다. 어렵게 가는 것이니 만큼 한정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것을 배워오고자 사전 준비모임에 온 힘을 쏟았다.
비용은 절감하되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는 욕심을 내다보니 여행사를 통하기 보다는 발로 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30여 년간 스웨덴에 정착해 살고 있는 현지인 간호사선생님과 시민단체, 사회복지 연구원을 통해 기관 섭외 및 사전 정보를 충분히 점검 할 수 있었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 여정을 풀다
우리 일행이 9박 10일 여정을 푼 곳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이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스웨덴 노부부가 살고 있는 실버타운 아파트를 찾아가 볼 수 있었고 스웨덴에 5년째 살고 있는 교포의 집도 방문해서 그립던 한국 음식도 마음껏 맛 볼 수 있었다.
기관방문이 어려운 주말에는 우리 일행들은 배낭 하나씩 들쳐 메고 스톡홀름 도시체험을 가이드 없이 지도하나 손에 쥔 채 짧은 영어실력과 손짓발짓을 해 가며 구석구석 누비고 다녔다.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듯싶다.
스웨덴은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졌으며 면적은 4만5294㎢ 한반도의 약 2배에 달한다. 인구는 940만 명이고 대한민국 교포는 1500명 정도가 살고 있다. 유럽연합(EU)에 가입은 되었으나 유로화(크로나 사용)는 사용하지 않는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하는 나라이다.
국왕이 존재하나 상징적 의미이고 입헌군주제의 내각책임제 형태로, 현재는 중도우파의 연합으로 보수당이 집권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차이점은 정당 명부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 남녀 의원의 비율은 남55%, 여 45% 이다.
장애인기업, 사회보장사무소 등 방문
스웨덴에서의 첫 일정은 ①남스톡홀름대학에 재직 중인 최연혁 교수(정치학 전공)의 생동감 있는 스웨덴의 역사와 복지 제도 등에 대한 강연을 듣는 것이었다.
스웨덴의 복지를 논하기 위해서는 사회민주당(사민당)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으며 보편적 복지로 가기위한 문화를 바꾸는데 30년이 걸렸다고 한다.
②장애인들이 일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일자리 제공을 해주는 사회적 기업형태인 장애인기업인 삼할(Samhall)을 방문, 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내용들에 대해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스웨덴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의 차별이 없는 관계로 장애인의 의무적 고용은 없었다. 그러나 장애인들 고용과 관련하여 실질적으로 전체를 책임지지는 못하고 고소득 역시 보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음으로는 ③스웨덴 지방의회(나까시청)를 방문하여 현직의원과 나까시의 정책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④스웨덴의 사회보장정책의 유형과 종류에 대해 공부해 볼 수 있는 사회보장 사무소에도 방문했다. 이 곳은 아동·양육·부모·병가·재활·장애보상·간호 수당, 주택보조금 등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40여종의 무료 수당과 급여를 관할하고 있었다.
스웨덴은 국민들에 대한 세금 부과율을 최저 35%에서 최고 54%로 정해 놓고 있다. 그래도 국민들의 75% 이상이 세금을 더 부과하더라도 지금처럼 보편적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세금을 낸 만큼 살면서 다시 각종 수당으로 자기 자신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⑤훼테판 요양원은 공립양로원으로 4개의 병동(치매병동 1개 포함)과 57개 아파트(방)로 주간보호 프로그램과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⑥함바르비 친환경주거단지는 집 쓰레기를 이용하여 대체에너지인 전기를 사용하고 하수도를 이용하여 비오가스를 쓰는 새로운 통합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주거단지로 10년 전부터 형성됐다. 이 단지는 지금도 계속해서 짓고 있다.
⑦별크네크 발육장애인 주간재활센터는 정신지체장애인 7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주로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를 맡는, 독립심과 외부적응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재활을 배우는 곳이다.
⑧밍크실버타운은 55세 이상의 노인들만 입주 할 수 있으며 109개의 아파트로 구성되어있다. 만남의 장소, 사우나, 도서관, 목공실, 작업실, 외부인을 위한 숙박시설 등이 잘 꾸려져 있으며 각 단지 대표자 모임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노년을 즐겁게 보내며 생활하고 있는 게 한눈에도 보였다.
⑨크리스탈어린이집은 아이들 속에서 필요성을 캐내고 찾아내어 자신감을 증가시켜주고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었다. 지난 2010년에는 스웨덴에서 가장 훌륭한 어린이집 1등으로 선정된 우수한 어린이집이기도 하다.
⑩민영회사 Attendo재가복지회사는 서비스대상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외한 청소, 빨래, 장보기, 외출 등 각종 복지서비스를 대행해주는 기업형 회사이다. 1만3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큰 회사이며 서비스대상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기업임을 알 수 있었다.
‘고세율’‘고복지’‘완전 고용’ 세 톱니바퀴
스웨덴의 이 같은 보편적 복지가 흔들리지 않고 유지 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국민들이 일 할 수 있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다시 각각의 개인에게 보편적 복지를 제공해 줌으로써 ‘고세율’, ‘고복지’, ‘완전 고용’이라는 세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는 것과 집권당이 바뀌어도 복지모델 근간을 흔들리지 않도록 유지한다는 점이다.
9박 1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스웨덴을 보고 느끼고 체험한 내용을 한정된 지면에 정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일 것이다. 이후에 여분의 지면이 허락된다면 분야별 연재를 통해 보다 많은 정보와 감동을 함께하고 싶다. 나아가 “문화는 바꿀 수 있다. 다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라는 최연혁 교수님의 얘기처럼 우리나라도 보편적 복지를 꿈꿀 수 있게 바꾸어 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되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