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소식

북구 석곡동 분토마을 경로당을 찾아서

북구신수정 2009. 9. 29. 10:28

기획시리즈/우리 동네 경로당을 찾아서!


④ 북구 석곡동 분토마을 경로당


토끼 발모양 같은 마을 분토


팽나무 3~400년 오랜 역사 지닌 곳

농한기에 담소 나누는 정겨운 장소


 

 맑고 드높은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산 아래에 눈길을 멈추어보는데, 오곡이 익어가는 소리가 살며시 들려온다. 이곳은 무등산 자락 아래에 자리 잡은 분토마을이다.

분토라는 이름은 무등산에서 내려다보이는 형국이, 토끼의 발모양이라 해서 분토라고 했다고 한다. 마을입구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것은 아름드리 나무들이었다.

팽나무들이 동네 안에 몇 그루 있는데 모두 수령이 3~400년이 지난 것들이었다. 이 나무만 보아도 동네의 형성이 얼마나 오래되었는가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무들은 각각 전설들이 있는데, 기억에 남는 것 하나가 마을에 술주정꾼이 살았는데 이 나무에서 신령이 나타나 꾸짖은 후 마을이 평화로워졌다는 것이다.

정자나무 밑에는 어르신들이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며 쉬고 계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겨울에는 노인당을 이용하고, 여름에는 집에 들어가 있을라면 더운께 답답해서 이렇게 정자나무아래에서 쉬제” 하시며 어르신은 몸을 돌려 누워 버리신다. 그럼 경로당은 어디가 있을까?

동네 안쪽에 ‘석수 경로당’이라고 현판이 걸려있는 곳을 찾았다. 안에 들어가 보니 여자 어르신들만 몇 분 앉아서 TV를 보고 계셨다.

“이 동네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안계신가 보네요?”

“아녀, 우리 동네 노인계가 있는디, 남자 약 25명 여자 50여명쯤 돼. 동네가 약 125가구 정도 된 게 노인도 많제. 지금은 농사철이라 일하느라 많이 못 오는데. 겨울에는 사람이 많아 앉을 자리도 부족혀. 그리고 남자들은 일자리가 생겨 돈 벌러 가고 없어.”하며 약 70정도 되는 김 할머니가 말한다.

일제 강점기 전부터 노인계가 형성이 되어 지금껏 이어져 내려오는데 나이가 65세 이상 되면 회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되고, 1년에 한 두 번 여행을 다녀오는 게 전부라고 했다.

동네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전 어르신(104)은 3년 전까지만 해도 노인정에 나와 함께 식사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건강이 좋지 않아 집에만 있다 한다.

노인 회장을 맡고 있는 양준기(79) 어르신은 아직도 건강에 자신이 있다며 팔소매를 걷어 올리며 자랑한다. 어르신은 10년 동안 그전의 총무를 10년 동안 맡고 있다가, 지금의 회장을 맡은 지 벌써 10년이 됐다고 하신다.

“허허 벌써 10년이 다 돼 부렀어. 그런디 해놓은 일은 하나도 없구만. 구청에서 도움을 준다고 하긴 헌디 농촌에서는 정말 힘든 게 현실이여. 도시처럼 어떤 체육시설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농촌형편상 그런 것들이 있어도 얼마나 이용할지 의문스럽고, 아직은 젊은 게 뭣이라도 동네에 보탬이 되는 것 하나라도 추진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안되는 게 농촌의 실정이여.”

변두리 지역의 노인정이 옛날과 달리 많이 쇠퇴해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시골 경로당이 활성화되려면 마을사람들의 협동심과 관련되는 부서들의 상호관계와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골에서도 도시처럼 체계적인 지원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본다.

고옥란(주부명예기자)